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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연대기

토론토 다운타운 룸렌트 이야기

어학원들이 다운타운에 모여 있기 때문에 굳이 돈을 더 내고 룸렌트를 하려면 이동비용을 아낄 수 있는 다운타운쪽에 하는게 맞아 보였습니다. 

보통 한국인들이 룸렌트를 구할 때는 다음카페 캐스모를 이용하지만 저는 현지인들과 살아보고 싶은 생각에 kijiji 를 주로 알아봤습니다. kijiji 에는 없는게 없죠. 캐나다의 중고나라와 비슷한 개념인데 더 많은 카테고리들로 나눠져 있어서 렌트도 이곳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알아본 지 얼마 안되었을 때 학원에서 10분 떨어진 다운타운 콘도에서 룸렌트 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찾았습니다. 

집 주인들이 자기를 소개할 때 자기들은 easy-going 이라 방을 깨끗하게만 써 줄 사람이면 된다 라고 하네요. 사진으로는 개인 화장실도 따로 있고 무난해 보입니다.

한 달 방값이 800불이라는데 처음 머물렀던 홈스테이에서는 750불을 내고 있었죠. 밥은 포함되어 있었지만 화장실을 3명이서 나눠써야 했던 점, 위치가 멀어서 학원 등교길이 50분이나 걸렸던 점 등등 벌써 마음이 떠나서 불편했던 것들이 먼저 생각납니다. 

집을 보러 가겠다고 적혀진 번호로 연락을 한 뒤 방문을 해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학원에서 더 가까웠고 던다스 스퀘어 바로 옆이라 다운타운 한 가운데에 있는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집 주인들은 인도인 커플이었고 자기들이 큰 방을 쓰고 작은 방을 렌트를 주려고 했던거였죠. 

처음 이사했을 때의 방 모습

진한 인도 향신료 냄새가 가득한 이국적인 집이었습니다. 작은 방에 더 조그마한 화장실이 붙어있었고 오래된 침대와 싸구려 책상 밖에 없었지만 저는 이미 완벽한 위치에 반해버린 상태라 무조건 좋다고 바로 구두계약을 해버립니다. 다른 곳도 둘러보지 않고서 말이죠. 어학연수생들이 하는 가장 큰 실수를 바로 저질러 버립니다.

신이 난 상태로 입주를 하고 아침에 늦게까지 잘 수 있다며 행복해 한지 며칠 안되었을 때 사건이 터집니다. 바선생과 처음으로 마주치게 된거죠. 어른이 된 후로는 한국에서도 자주 못 본 바퀴벌레를 이 곳 캐나다 토론토 다운타운 콘도에서 발견하다니!! 

처음에는 너무 충격적이라 소리도 못질렀었죠. 한 마리가 지나가다가 재수없게 나랑 마주친걸거야(?) 스스로 위로했지만 한 번 걸린 뒤로 그들은 당당하게 모습을 내보였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만지다가 실수로 떨어진 걸 줏으려는데 침대 밑에 있던 바선생을 보고 새벽에 비명을 지르고, 부엌에 뿌려둔 벌레약 가루 때문에 요리를 못해 굶주리던 나날들이 계속 됐습니다. 

알고보니 인도 친구들은 바퀴벌레들에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는다고 하더군요. 바퀴벌레가 가득한 집을 저를 위해 소독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버티고 버티면서 지내던 어느 날 그 방 책상에서 공부를 하다가 옛날 영어공부 자료 좀 봐볼까 하며 깊숙한 곳에 있는 노트를 꺼내었는데, 그 속에 죽은 바선생의 시체가 있더군요. 옮긴지 2개월만에 결국 그곳에서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처음 어학연수 온 어린 학생들은 해외에 나와서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됐고, 다운타운 고급 콘도들에 살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을 것 같아서 괜찮은 매물이 올라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디파짓을 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의 집이라도 꼭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되도록 여러곳을 둘러보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처럼 실제로 겪고 깨닫지 않으려면요....

이상으로 지금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 저의 첫 룸렌트 경험이었습니다. 

어떻게 지퍼로 잠긴 가방에 들어있는 노트에 성년(?) 바퀴벌레가 숨져있었던 건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4- 토론토 첫 홈스테이, 현지 어학원 레벨 테스트 솔직한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