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눈물의 작별인사를 하고 토론토로 떠납니다. 비행기에서 옆좌석 한국인이 외국인과 영어로 유창하게 쏼라쏼라 말하는 걸 보며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부러움에 한번 말 걸어보니 맥길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는군요. 이 친구도 커서 유학을 왔다는데 발음이 원어민 같습니다. 나도 공부 열심히하면 저 사람처럼 할 수 있겠지? 희망이 생깁니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도착하니 픽업하러 나와주신 현지 유학원분을 만납니다. 나를 구해줄 사람이 왔다는 이 안도감.... 그 분 차를 타고 첫 홈스테이집으로 갑니다. 1월 토론토의 첫인상은 '일산 같다' 였습니다.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니 내가 지금 캐나다에 와있는게 맞는지 이상한 낯선 감정이 듭니다.
필리핀 홈스테이에 도착하고 유학원분이 떠납니다. 집주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 집에 이미 지내고 있던 다른 한국인 2명과도 어색하게 통성명을 합니다. 근데 한국인들끼리도 영어를 쓰는군요? 더 낯설고 무서워 집니다.
알고보니 한국인들 중 철저하게 영어만 쓰려고 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렇군요. 다들 영어를 배우려고 왔으니 그게 맞는 거겠죠. 하지만 저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단계가 아니었기에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홈스테이 주인분들은 친절하게 말 걸어 주십니다. 물론 필리핀 악센트때문에 이해할 수가 없기때문에 주로 바디랭귀지와 미소로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밥도 한식을 자주 차려주시려고 했었고 컵라면도 항상 준비되어 있어서 음식면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처음으로 어학원에 갑니다. 출근하는 캐네디언들과 섞여서 길을 걸으니 이제야 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다운타운 킹 스테이션 근처에 있는 학원은 으리으리한 건물들 사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다른 학생들을 보니 다 한국인인것 같은 것은 그냥 기분 탓인걸까.... 테스트가 시작되고 이미 문법에서 망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곧바로 한 명씩 불러서 스피킹 테스트를 봅니다. Where are you from? How long have you been in Canada? 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들을 물어보네요. 이미 달달 외워놨던 문장들이기에 막힘없이 대답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였을까요? 저의 첫 레벨이 5로 나왔습니다. 2~6까지 있는 ESL 레벨에 5라니... 저의 진짜 실력보다 한참 높은 레벨을 받아서 크게 당황합니다.
그래도 쉬운 곳에서 배우는 것보다 어려운 곳에서 쫓아가는게 나한테 더 낫지! 하는 맘으로 수업을 듣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레벨5 수업에서 폴란드 출신 선생님의 랩같이 빠른 영어에 좌절하게 됩니다. 숙제를 내줬는데 숙제가 있는지도 몰라서 못하는 수준이었죠. 9시부터 4시까지 영어로만 수업을 들으니 뇌가 아파옵니다. 게다가 한 반에 21명이 있고 그 중 18명이 한국인인 상황에서 내가 과연 잘 온걸까? 회의감마저 듭니다.
영어는 못알아듣고, 춥고, 외롭고 벌써 한국이 그리워집니다. 첫 2개월은 거의 매일 밤 눈물로 지새운 암흑기였습니다. 이때 살이 7kg 가 빠져서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었었죠.
얼마 뒤 홈스테이를 나와 다운타운 학원 근처 콘도에서 룸렌트를 하게되고 어학원 레벨도 6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1- 내가 직접해본 경선식 영단어 공부후기(장점/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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