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로 만난 튜터는 로날다라는 이름의 흑인 여성분이었습니다.
똑같은 말을 4번째 하다보니 이제 자기소개는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느 튜터 선생님들처럼 왜 캐나다에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앞으로 계속 캐나다에 남아있을 거냐 등등 해외에 있는 저의 특이한 상황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로날다는 캘리포니아 출신이지만 현재는 스페인에 살고 이주한지는 6년째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인 인터미디엇에서 어드벤스드 레벨로 넘어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더군요. 본인은 스페인어를 더 연습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영어로만 대화를 하려 해서 더 이상 언어가 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 Are you reading a book right now? (현재 읽고있는 책이 있니?) what is it about? (무슨 내용이야?)
본인은 이런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하며 질문을 합니다. 제가 현재 읽고 있는 책은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uck이라는 제목의 자기 계발서인데 한국말로 해석하면 '다른 것들에게 신경 완전 안 쓰는 법' 이 정도가 되겠네요.
Self-help 책을 읽고 있다고 하니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는 자기계발서가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I've never really understood self-help books. (자기 계발서는 이해가 안 돼) (모든 사람들의 삶이 다른데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한테 무슨 소용이 있는거지? 흠 그냥 조언 정도로는 들을 수 있겠네)
이때까지 만난 튜터분들은 저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제 이야기를 그냥 영어실력을 판단하기 위해서 가볍게 들었다면 로날다는 자기의 의견을 강한 표정과 어조로 표현해서 당혹스러워집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냥 읽기 쉽잖아?' 정도의 대답으로 이 대화를 벗어났습니다.
다시 '무슨 일을 하니?' 정도의 제너럴한 대화로 돌아갔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러다가 나온 회사 이야기.
- Is it very competitive as far as women are concerned? Do you find that there is an equal amount of women? or they treated the same? (여성에 관해 경쟁적이니? 남녀 성비가 같다고 생각하니? 평등하게 대해주니?)
예민한 주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 저희 회사에 대해 설명을 했고 업계 특성상 남자8 여자 2 정도의 비율이라 어쩔 수 없이 다른 점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을 했더니 로날다의 표정이 굳어집니다.
'네가 HR한테 가서 남자들이 받는 만큼 여자들도 받게 해달라고 해야 하지 않아?' 순간 그걸 HR에게 가서 따질만한 부은 간과 영어실력을 가지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냥 음...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라고 말하는 제 자신이 마치 정의로운 일을 하지 않는 겁쟁이로만 비치는 것 같아 대화가 점점 더 불편해졌습니다. 왜 캠블리를 하며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지? 하는 생각에 '이건 너무 예민한 주제 같아' 웃으며 다음 대화로 넘어가도록 했습니다.
이제 20분이 지났는데 왜 이렇게 지치죠?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한국말로도 힘들텐데 영어로 하려니 진땀이 납니다. 나머지 10분은 로날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나니 기분이 썩 좋지가 않습니다. 상대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기분. 아마 다시는 만나지 않을 튜터 선생님. 캠블리를 하며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네요 하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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