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어공부연대기

졸업과 동시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다

집에서 포트폴리오를 폴리시 하고 여러 회사들을 지원하려고 레주메를 보니 한장이면 충분할 정도로 썰렁합니다. 경력이라고는 한국에서 일했던 거 한 줄. 학교는 두번 나왔으니 두 줄(눈물). 이것도 잘 할 수 있고 저것도 잘 할 수 있다 머릿말에 넣어보는데 마치 허풍치는 사람이 된 것같은 기분에 부끄러워집니다. 

교수님들이 인맥을 동원해서 여러 연락처들을 보내주십니다. 일단 한 곳에 정성스레 메일을 보내보니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 기다린 뒤 팔로우 업 메일을 보내니 아직 정해진거 없으니 귀찮게 굴지 말라는 투의 답장이 오네요. 처음으로 지원한 곳에서 그런 반응을 보이니 의기소침해 집니다. 

두번째로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한 밴쿠버에 있는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와 HR과 화상 인터뷰를 보자고 합니다. 스카이프 아이디를 알려주고 예상 질문들을 적어 연습한 뒤 인터뷰를 봅니다. 인사과에서 나온 인상 좋으신 남자분과 분위기 좋게 첫 인터뷰를 끝냅니다. 처음으로 본 인터뷰였기에 온몸이 땀으로 흥건할 정도로 긴장했지만 화면을 통해서 보니 티가 잘 안난 듯 합니다. 바로 2차 인터뷰까지 가게됩니다. 이번엔 같이 일하게 될 슈퍼바이저와의 면접인데 확실히 포스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처음에 자기소개를 시키고 왜 이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됐는지, 일할 때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등등 실무와 관련된 질문을 물어봅니다. 

다행히 슈퍼바이저도 저를 좋게 본 것 같습니다. 안떨리는 척 여유로운 척 열심히 한 보람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잡 오퍼를 받습니다. 밴쿠버로 이사를 해야하니 약간의 이사비용과 연봉이 적힌 계약서를 보냈습니다. 연봉이 짜기로 유명한 회사였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막상 까보니 토론토를 떠날 정도의 가치가 있는 기회일까 망설여집니다. 

밴쿠버를 가야하나 고민을 하던 중 진작 지원을 해놨던 토론토의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학생때부터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였습니다. 인터뷰를 보고싶다는 메일을 보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을정도로 신났지만 침착하게 요번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시간이 된다고 보내니 바로 목요일 오후 1시 30분으로 인터뷰 시간을 컨펌해서 보냅니다. 

대망의 면접날이 오고 화장을 곱게 한 뒤 다운타운에 있는 회사로 향했습니다. 레주메를 몇장 프린트하고 아이패드에 포트폴리오를 담아서 인터뷰 예상질문들을 달달 외워갑니다. 리셉션으로 가서 인터뷰를 보러 왔다고 말하고 입구에서 잠시 대기합니다. 회사가 생각보다 커서 기가 눌립니다. 지나다는 사람들 모두 어마어마한 사람들 같아 스스로가 더 작아보이지만 아닌 척, 당당한 척 마인드컨트롤을 합니다. 

얼마 뒤 슈퍼바이저가 왔고 악수를 나누며 통성명을 한 뒤 작은 회의실로 들어갑니다. 곧바로 프로듀서라는 여성분이 들어와 총 2명이서 저를 인터뷰 하게 됐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기본으로 한 뒤 저의 작업 스타일을 물어봅니다. 이건 이미 화상 인터뷰에서 말해본 적 있기에 영어 잘하는 척 술술 대답했더니 맘에 들어하는 눈치입니다. 이젠 회사측에서 프로젝트에 대해 긴 설명을 해줍니다. 이 곳 인터뷰는 특이하게 제가 말한 시간보다 그쪽에서 회사소개를 하는 시간이 기네요. 다 알아듣는 척 열심히 리액션을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더 질문할 것들을 물어보고 (팀 인원수는? 프로젝트는 언제까지? 등등) 인사를 나누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느낌이 좋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집으로 가는 길 HR에서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연봉은 얼마를 원하니? 물어보는데 역시 큰 회사는 다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입기준으로 만족할만한 액수를 말하니 바로 오퍼가 왔네요. 

인터뷰 본 당일날 바로 오퍼까지 받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이 날은 저녁에 학교에 가서 졸업식 세레모니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잡 오퍼를 받은 뒤라 큰 짐을 내려놓은 기분으로 학교를 가니 제가 받을 상이 있다는군요. 상?? 나는 뭘 잘한게 없는데? 의아해하니 반에서 성적이 제일 좋은 학생에게 주는 상을 제가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 성적을 상을 받을만큼 높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다른 친구들의 성적이 더 낮았나봅니다. 

그 날 저는 가장 원하던 회사에서 인터뷰, 잡 오퍼 그리고 졸업식에서 성적우수상을 받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유학생이었습니다. 

 

드라마틱했던 마지막 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