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어공부연대기

캐나다 대학에서 살아남기

한국에서보다 더 빡센 대학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1학기는 총 11과목을 이수해야해서 월요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강의가 있습니다. 매 과목마다 과제가 있어서 받은 날 당장 해놓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한국말 안하고 영어로만 하루종일 학교에 있으려니 뇌의 주름모양이 달라지는 기분입니다. 생각했던 캠퍼스라이프는 둘째치고 얼른 졸업이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말이 그리워서 캐스모를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같은 과를 나온 한국분을 발견해서 연락을 해봅니다. 그 분은 졸업하고 현재 회사에 취업하셨다는군요. 바로 저의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조언들을 해주십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건 교수님들 눈에 띄어야한다는건데 저의 먼지같은 존재감으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러 조언을 해주신 선배님

하지만 힘들고 지친건 다 똑같기에 남들보다 조금만 더 노력하기로 합니다. 과제도 남들과 다르게 조금 더 신선한 결과물을 내도록 연구합니다. 그러다 어떤 수업에서 교수님이 제 과제물을 보시고서는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는 상황이 왔습니다. 안되는 영어를 더듬거리며 설명하니 잘했다는 칭찬을 해주십니다. 같은 반 친구들도 칭찬을 하며 다가오네요. 남들 3시간 할때 6시간 이상 노력들인 과제물이었기에 더 뿌듯합니다.

어느새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저는 반에서 실기쪽으로 에이스같은 존재가 되어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일했던 전공이라 제 과제를 끝내고 친구들을 도와주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좋은 인상을 남기며 1학기를 마치고 집도 학교 근처로 이사오고 컴퓨터도 맞춰서 이제 집에서 대부분의 과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을까요? 처음에 가장 친하게 지냈던 A양과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타 도시에서 온 캐네디언 A양은 과제를 위해서 다른친구들과 학교에 하루종일 머물러야 하는 상황인데 제가 학교근처로 이사를 오고 과제도 따로 하게 되니 서운했던건지 점점 가시돋인 행동과 말을 합니다. 제가 영어를 못 알아 들어서 두번 물어봐야 할때는 그냥 무시하고 예전에는 도와줬을 문제들을 귀찮다는 표정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화려한 소셜스킬로 반 친구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었기에 그녀가 절 무시는 티를 내자 친구들의 행동들도 무언가 변한 것 같습니다. 

어딜가나 인간관계가 가장 힘든 법이죠. 게다가 말도 제대로 안통하는 곳에서는 눈칫밥으로 다 해결해야하는 상황인데 친구들의 냉대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과제가 힘든건 괜찮아도 반 친구들과 A양때문에 불편해지는게 싫어서 더더욱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이럴때 한국말로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다행히 2학기때는 과목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과목들이 주 인 학기였기에 몸은 편하네요. 과제에서 만점 받는 수업들도 많아져서 교수님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남깁니다. 이쯤되니 필수영어수업에서 낙제만 안받으면 졸업은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이놈의 영어, 영어, 영어. 영어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은 악몽입니다. 

종종 롤모델로 정한 한국인분과 만나 점심을 먹습니다. 한국말로 학교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게 너무나 큰 스트레스 해소가 됩니다. 먼저 다 겪은 분이었기에 제 맘이 어떤지 아는게 저에겐 얼마나 큰 위로가 됐는지 모릅니다. 그 분은 취업을 한 상태였기에 취업해서 겪는 고충도 있다고 하지만 저는 그것마저 부러워보입니다. 한국에서 취직했을 때 이제 내 인생에 취업준비생 시절은 끝났어! 라고 생각했던 제가 스스로 다시 그 밑에 단계인 학생부터 시작하길 선택했다는게 믿겨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2학기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