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제출, 포트폴리오 통과 등의 절차를 밟고 마지막으로 영어성적을 제출하면 되는데 IELTS 6점 이상의 점수를 증명하던지, pathway 라는 조건부 입학 과정이 있는 어학원을 통해 3개월 이상 수업을 받고 수료증을 내던지, 아니면 학교 자체시험을 보는 이 세가지의 방법이 있습니다.
현실적인 제 영어실력으로는 IELTS 6점은 불가능한 점수였기에 그냥 어학원을 통해서 조건부 입학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이게 제일 편한 방법이기도 하고 가장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해서 였죠.
수업에 큰 돈을 냈으니 이제 대충 수료만 하면 되겠지 라고 쉽게 생각했던 저는 첫 수업을 듣고 바로 후회하게됩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의 긴 수업시간과 알아들을 수 없는 선생님의 설명, 한국인으로 가득 찬 교실. 모든 것이 처음 토론토에 왔을 때 느꼈던 무력감을 떠올리게 했죠. 영어실력이 많이 늘은 상태로 들은 건데도 도대체 무슨 수업내용이 진행되고 있는건지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학생들 수가 많아서 선생님도 하나하나 봐 줄 사정이 안되어서 친구들에게 물어물어 수업을 들었지만 한달이 다 되어가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여 큰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결국 어학원에 환불을 요청하게 되었죠. 환불 과정에서 손해를 보게 되었지만 저는 그것마저도 괜찮다 느껴질 정도로 학원 과정을 수료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돈을 환불받고 따로 캐스모에서 알아 둔 그룹튜터 선생님과 상담을 가집니다. 노스욕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그 수업은 일주일에 2~3번 정도 3시간씩 진행되었는데 4주에 500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학원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에 적은 인원수로 진행이 되어서 한명씩 케어를 받을 수 있었죠.
캐스모에서 워낙 유명한 튜터선생님 이었기에 바로 수업을 듣기로 합니다. Pathway를 중도포기 했으니 이제 IELTS 나 자체시험을 봐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IELTS 는 그래머, 리딩, 라이팅, 스피킹으로 되어있는데 자체시험은 스피킹을 안본다는 장점이 있어서 주저없이 자체시험반으로 선택합니다.
수업은 선생님이 준비해오신 자료로 리스닝부터 진행됩니다. 최대한 자체시험과 비슷한 느낌으로 진행이 되고 그 뒤 리딩, 에세이 순으로 한명씩 리뷰하는 방식이었죠.
에세이를 쓰는게 가장 힘들었는데 가지고 있는 단어와 표현력에 한계가 있고 그걸 다양한 주제로 formal한 형식에 맞춰서 써야 하는게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말로도 쓰기 힘든 어려운 주제를 영어로 쓰라고 하니 막막했죠.
간단한 낙태나 사형에 대한 찬,반 주제부터 좀 더 심오한 다음 생에도 인간으로 태어나길 원할 것인가 같은 넓은 스펙트럼의 주제들로 매 수업마다 에세이를 써오도록 숙제를 내준 뒤 수업시간에 한명 한명 리뷰를 했습니다. 많이 틀리는 문법부터 다양하게 같은 뜻을 쓸 수 있는 동의어도 배우고 기본 에세이의 틀안에서 어떻게 글자 수를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한 꿀팁도 많았었죠.
학원에서 진도 따라가기 급급했던 날들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영어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때 처음으로 영어와 친해진다는 기분이 들었고 리스닝을 하면 할 수록 귀가 트인다는게 어떤건지 체감할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2개월 정도 그룹 튜터를 받은 뒤 자체시험 날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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