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를 겪고 C+ 폭탄을 맞다보니 마지막 학기가 왔습니다. 방학없이 진행되는 과정이어서 이제 1년이 지났는데 마지막 학기가 됐네요. 얼른 이 괴로운 유학생활을 끝내고 싶은 마음과 학교에 남아있으면서 포트폴리오를 더 준비하고싶은 두가지 마음이 공존합니다.
파이널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4학기에는 수업 수가 확 줄었습니다. 낯선 프로그래밍 수업이 들어있지만 필수 과목들을 다 끝낸 저는 더이상 두려울게 없습니다. 파이널 프로젝트 스케줄을 짜서 교수님에게 제출합니다.
이제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할 시간입니다. 학교에 있는 시간은 적어지고 집에서 작업에 몰두합니다. 종종 잡 포스팅이 되는 업계 홈페이지들을 들락날락 거리며 어떤 회사에서 어떤 포지션을 뽑는지 체크하며 나도 언젠가 지원할 수 있겠지? 희망을 가지고 힘을 냅니다.
하지만 문제는 파이널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프로그래밍 과목이 생각보다 난이도가 너무 높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숙제를 공유한 뒤 조금만 바꿔서 내는 등 통과만 시켜달라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다행히 연세 지긋하신 교수님도 이해해주시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친구가 공유한 과제를 이름도 안바꿔서 내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결국 똑같은 친구의 이름으로 두개의 과제가 제출되었고 그 내용물마저 복사한 듯 같았겠죠. 정말 복사, 붙여넣기 한 과제였으니.
친구들의 예의없는 태도에 화가 난 교수님은 이 과목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저희 학기만 시험을 봐서 낙제를 시키겠다는 청천벽력같은 공지를 합니다. 욕이 나왔습니다. 과제를 공유해줬으면 눈치껏 바꿔서 냈어야하는데 그것조차 못해서 반 전체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니. 포트폴리오고 뭐고 당장 프로그래밍 공부를 해야했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학기에는 인턴쉽을 진행해야합니다. 저는 한국에 있는 회사와 연락해서 외주형식으로 수월하게 인턴쉽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여기 친구들은 직접 스튜디오에 가서 인턴 자리를 구해야하는데 이제 겨우 3학기 끝낸 친구들에게 회사에서 일을 줄지는 미지수였습니다.
4학기가 시작한 뒤 얼마 안됐을 때 친구 A양에게 오늘 어때? 인턴쉽은 잘 구하고있어? 안부를 물었더니 피곤하다며 인턴쉽은 아직 아무소식이 없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나중에 친구들에게 들으니 A양은 제가 물어본 그 날이 한 교수님의 회사에서 인턴쉽을 시작한 날이었고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다들 자기가 찾은 기회를 노릴까봐 거짓말을 한 거였더군요. 이런 유형의 인간은 한국에나 캐나다나 똑같이 존재합니다.
프로그래밍 시험을 만들어 준 친구와 기회주의자처럼 자기만 살려고 하는 A양까지...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끼지만 저도 얼른 살아남아야 했기에 프로그래밍 시험은 대충 B를 맞을 정도로만 공부하고 포폴에 집중했습니다.
포트폴리오 표지를 꾸미고 영상들을 합쳐서 그럴싸하게 만들었고 드디어 마지막 파이널 프로젝트시간에 무사히 발표를 마쳤습니다. 교수님들의 칭찬을 받으며 수업을 잘 마무리 하니 이제 정말 끝났다는 생각에 힘이 쭉 빠집니다.
이제 졸업장만 받으면 유학생활도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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