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입학을 확정하고 등록금을 내고 한국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1년 전 제가 캐나다로 떠났을 때 모습 그대로입니다. 다들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지만 괜시리 내가 맞는 선택을 한건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한 달 정도 한국에 있으니 캐나다로 돌아가기가 싫어집니다. 결국 공항에서 또 한번 눈물의 이별을 합니다.
돌아오니 스노우 블리자드가 토론토에 내렸다던데 게임에서 말고 현실에서 처음 듣는 단어라 생소합니다. 아..! 도시가 정전이 되고 나무들이 부러질 정도의 눈을 스노우 블리자드라고 부르는구나! 돌아오자마자 새로운 경험의 연속입니다.
작년에는 이렇게 춥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캐나다의 겨울은 처음 느껴봅니다. 이 추위는 학교가는 첫 날 절정에 달했는데 wind chill이 -39도로 치달았습니다. 이런건 러시아에서나 느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정도의 온도에선 콧털이 얼고 눈이 따갑다는 걸 배웁니다.
학교는 여러 캠퍼스로 나눠져 있는데 제가 속해있는 과는 아트 계열이라 다운타운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수업받는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아트 캠퍼스는 굉장히 아담합니다. 건물 딱 하나가 하우스들이 가득한 동네 가운데에 자리잡고 주변에 식당들은 없는 것 같네요. 메인 캠퍼스에서 시험을 볼 때 상상했던 나의 대학생활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쩔 수 없죠.
교실을 찾아서 들어가니 컴퓨터가 가득한 곳에 몇몇 친구들이 어색하게 앉아있습니다. 제발 한국인 한명만 있었으면..!
얼마 뒤 교수님처럼 보이는 젊은 여자분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됩니다. 하이텐션의 선생님은 우리 다 처음보는 사이니 자기소개를 하자고 하네요. 외국에서는 안할 줄 알았는데 세상 어디나 똑같나봅니다. 떠듬떠듬 자기소개를 하며 친구들을 쭉 보니 동양인 친구들 두명이 보이네요. 알고보니 중국인들이었습니다.
캐나다인 6명 인도인 6명 중국인 2명 미국인 1명 한국인 1명 러시아인 1명 으로 구성된 같은 반 친구들은 각자 자기나라에서 했던 일, 막 고등학교 졸업한 친구들은 왜 이 과를 선택하게 됐는지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금새 친해진 듯 합니다.
그리고 바로 조별과제라는 난관이 닥칩니다. 저는 다행히 친절한 필리핀계 캐네디언인 A양과 짝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소녀였죠. 이때까지는 말입니다.
그 뒤 수업에서도 교수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바로 숙제를 받습니다. 역시 아트계열은 이곳에서도 숙제가 많습니다.
그렇게 저의 첫 해외 대학생활 경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니 처음으로 하루종일 한국말을 안썼다는게 느껴지며 머리가 지끈지끈거리더군요. 한국인 없는 곳에서 홀로 어떻게 버티지? 영어를 못해서 숙제가 있는 줄도 모르고 못해갔던 어학원때의 악몽이 떠올랐지만 학교생활은 다르니까 괜찮을거야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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